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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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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B] 8FEAT 15번째 릴레이전시, 오세견의 <결정적 순간 : 파리 블루>전

 

 


작가님의 이번 개인전 타이틀은 '결정적 순간'입니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결정적 순간'과 어떻게 다른가요?

전시 제목 결정적 순간은 프랑스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그의 결정적 순간개념은 어떤 상황이나 인물의 구성이 조화에 도달한 순간을 직관적으로 포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풍경 속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려 했다면 저는 공간을 누리는 시간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사진 속에 담아냅니다. 2-3분 동안의 장노출(순간의 연장 혹은 다른 개념의 순간)로 촬영된 사진 속에서 사물의 존재 사실과 경계는 모호해지고 풍경은 고요해집니다.


 


이번 작품은 장시간 노출로 촬영되었다고 들었는데 촬영 방법은 무엇인가요? 

장시간 노출은 말 그대로 피사체에 반사되는 빛을 장시간 동안 기록 매체(필름 등의 감광물질 혹은 CCD)에 노출 시키는 촬영 방법입니다. 장시간 노출은 사진 발명의 역사와 함께했던 가장 원초적인 촬영 방식인데요. 초창기 사진 발명가들이 발견한 감광 물질은 빛에 대한 반응 속도(감도)가 매우 낮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오랜 시간의 노출이 필요했습니다. 실제로, 19세기 중반에 촬영된 풍경 사진들 가운데는 제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의 흐름이 담긴 사진들이 많이 있습니다.

 


장시간 노출 작품을 찍으신 지 얼마나 되셨고,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의 대표적인 사진 연작인 결정적 순간시리즈는 장자 내편의 두 번째 장인 제물론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고요. 공간을 누리는 시간의 정의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작업입니다. 공간이 품은 시간성을 표현하는 데에는 장시간 노출로 촬영된 이미지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정적 순간연작은 약 8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장시간 노출 작품을 볼 때 관람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장시간 노출로 촬영된 사진 속에는 시간의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물과 바람, 구름의 흐름이 중첩되고 사람과 자동차 등 움직이는 존재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의 표정이 고정된 사물에 반사되면서 일반 사진에서는 볼 수 없는 부드러운 빛의 터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장자의 철학적 이미지가 작품에 담겨 있다고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철학이 담겨 있나요?

장자의 철학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 다만, 이번 작업의 주제가 된 장자 2편 제물론에 대해서 제가 이해한 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자 2편 제물론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호접지몽이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전체적인 요지는 상대적인 가치 판단의 무의미함에 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존재와 현상의 정의 또한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결정적 순간개념과 시간의 정의와 경계에 대한 의문을 더한 것이 이번 작업의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과 사진,’ ‘사진과 철학의 연결은 신선하고 작가님만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철학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 작업에 임하실 때 작가님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결정적 순간연작의 주제가 철학적 텍스트일 뿐 저 자신과 저의 작업이 철학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철학적 텍스트의 내용을 이미지에 담는다는 것이 무모한 시도라고 생각하며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진을 찍을 때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다면 사진(Photography)에 충실한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자신을 사진작가라고 말하지 않고 사진가라고 소개합니다. ‘작가가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저는 아무것도 창작하지 않고 그저 찍는 행위를 할 뿐입니다. 아무것도 연출하지 않고 후반 작업도 거의 없습니다.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 풍경과 대화하고 카메라가 가진 기능을 활용하여 다양한 풍경을 담는 것이 저의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작가님의 대학 전공 과목이 철학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사진 분야로 전환하게 되셨나요?

첫 번째 대학 전공이 철학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동양철학이었고요 군대에 다녀와서 사진으로 전공을 바꾸었지요. 프랑스에서는 다시 철학과 미학의 언저리에서 서성거렸습니다. 전공을 바꾼 것은 그 당시 제 주변에서 유행했던 말 때문인데요. “철학은 예술을 동경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누가, ,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당시의 시대 상황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의도가 담긴 말인 것 같고 저는 그 의도에 적극적으로 부응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들은 파리 배경으로 촬영 되었는데, 작가님에게 파리란 어떤 곳인가요?

제게 파리는 아름답고 슬픈 곳입니다. 여러 나라의 여러 도시를 다녀봤지만, 결국 다시 돌아가게 되는 곳은 파리였어요. 파리가 매력적이고 풍성하고 아름다운 도시라는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파리에서 지내면서 늘 떨쳐버릴 수 없었던 건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이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파리에서만 살았는데도 여기가 내 집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이번 전시 제목 결정적 순간 ; 파리 블루에서 블루에는 그런 저의 감정이 이입돼 있기도 합니다.


 


앞으로 작가님의 작업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결정적 순간연작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도시마다 공기의 색이 다른 점에 착안해서 베를린 그린’, ‘북경 옐로우등 도시 연작을 장시간 노출로 촬영하는 계획이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노출 시간을 100일 정도로 극대화해서 시간의 흐름을 담는 작업을 계획 중입니다. 100일이라는 결정적 순간-연장된 순간을 포착하는 일이지요. 현재 기술적인 문제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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